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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르렁' 술 마시면 코를 심하게 고는 이유

발란스건강 2021. 10. 21. 11:57

기도 근육 이완 때문.. 만성 음주 시 수면무호흡까지 진행

알코올을 마시면 근육이 이완돼 공기가 통과하는 길이 좁아져 코를 골게 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드르르렁 컥!’

술만 마시면 우렁차게 코를 고는 사람들이 많다.

왜 술을 마시면 코골이가 심해지는 걸까? 건강에는 괜찮은 걸까?

 

◇알코올, 기도 근육 이완해 코골이 유발

코골이는 기도가 제대로 열리지 않아 공기가 근육과 마찰하면서 생기는 소리다.

호흡하려면 공기는 폐로 가기 위해 목에 있는 기도를 지나야 한다.

기도는 여러 근육으로 구성돼 있는데 평소에는 근육이 수축해 있어 공기가 통과하는 길이 열려있다.

알코올을 마시면 근육이 이완돼 공기가 통과하는 길이 좁아진다.

순천향대학 부속 부천병원 이비인후과 최지호 교수는 “알코올을 마시면 상기도 근육의 긴장도가 떨어져 기도가

좁아진다”며 “완전히 막히지 않고 조금 열려있으면 근육과 공기가 마찰해 코골이가 나타나게 되고, 완전히

막히면 수면 무호흡으로 악화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술을 마셨을 때 코골이가 유독 우렁찬 이유는 알코올이 중추신경계 활성을 둔하게 하기 때문이다.

고대 구로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박일호 교수는 “기도가 좁아지면 이동할 수 있는 공기량이 줄어들면서

저호흡, 무호흡 상태가 지속된다”며 “그러면 뇌에서는 숨을 쉬라고 지시를 계속 보내지만, 알코올 때문에

둔해진 상태라 몸이 빨리 반응하지 않고 오히려 무호흡이 길어지면서 코골이는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이어 박일호 교수는 “호흡량이 떨어지면 몸을 보호하려는 기능이 작용하면서 한번 숨을 쉴 때 거칠게 빠르게

쉬게 돼 코골이가 우렁차진다”고 말했다.

알코올은 혈관도 확장하는데, 이에 혈액 흐름이 빨라지면서 호흡이 가빠지는 것도 우렁찬 코골이를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다.

 

◇수면의 질도 떨어져

술을 마시고 자면 푹 잔 것 같지만, 실상은 불량한 잠을 잔 것이다.

술을 마셔 코골이가 심하면 앞서 말했듯 몸속 산소도 부족해진다.

이는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이어진다.

뇌는 정상적인 호흡을 하기 위해 잠에서 깨우는 뇌파를 보내 깊은 잠을 자지 못하게 한다.

부족한 산소를 보충하기 위해 뒤척임도 심해진다.

술을 마시고 약 6시간 뒤에 알코올이 분해되는데, 이때 각성 작용도 일어난다.

알데하이드라는 독성 물질이 나와 수면을 억제한다.

특히 얕은 잠인 렘(REM)수면 중일 때는 실제로 자주 깨게 되는데, 렘수면의 기능인 기억 강화 활성이 방해받아

기억력도 떨어지게 된다.

가천대 길병원 이비인후과 김선태 교수는 “술을 마시면 질이 떨어지는 잠을 자게 되기 때문에 아무리 오래

자도 다음날 피곤하고, 졸리며, 집중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만성적 음주, 만병 근원인 ‘수면무호흡’ 유발할 수도

만성적 음주는 코골이는 물론 자는 도중 호흡이 일시적으로 정지하는 질환인 수면무호흡증 발병 위험을 높인다.

실제로 하루 평균 한 잔의 술을 마시면 수면무호흡이 발병할 위험이 약 25%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지호 교수는 “만성 음주는 기도 근육 이완을 반복하는 데다가 지방으로 기도를 좁히는 비만을 유발해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다만, 코골이가 원래 없었다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악화하기 전 술을 끊으면 다시 코골이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수면무호흡은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

수면 중 저산소증으로 고혈압, 뇌졸중, 허혈성 심장질환, 당뇨병, 역류성 식도염 등 각양각색의 질환 발병

위험을 높인다.

코털 운동 횟수가 줄어 호흡기 질환 위험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수면 중 눈에 산소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해 각막까지 얇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선태 교수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 머리가 무겁고, 개운하지 않다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악화했을 수 있다”며

“수면무호흡증으로 악화되기 전이라도 알코올 작용으로 무호흡이 길어지면 돌연사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면무호흡 환자라면 술을 마셨을 때 무호흡이 심해지기 때문에, 음주 후에는 반드시 양악기를 낀 채 자야

한다.

 

◇술 끊으면 코골이 완화돼

코골이가 너무 커 신경 쓰인다면 일단 술을 끊는 게 먼저다.

술을 자주 마시지도 않는데 코골이가 심하다면 혀·입 운동이 코골이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혀 근육과 기도 근육을 단련해 수면 중 기도가 막히는 것을 방지한다.

브라질 상파울로대 제랄도 로렌치 필리오 교수팀이 고안한 코골이 완화 혀·입 운동법을 소개한다.

먼저 혀끝을 입천장 앞쪽에 댄 후 입천장 뒤쪽을 향해 쓸어내린다.

혓바닥 전체를 입천장에 대고 누른다.

혀끝을 아래 앞니에 댄 후 혀의 뒷부분에 힘을 준다.

목젖이 있는 부분을 위로 들어 올린다는 느낌으로 입을 크게 벌린다.

이 운동을 하루 20회 정도 반복하면 된다.

운동법을 실천했는데도 코골이가 완화되지 않는다면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 명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코골이 완화 구강 운동법./헬스조선 DB

 

잘 때 옆으로 눕기만 해도 호전될 수 있다.

박일호 교수는 “똑바로 누워 자면 중력에 의해 혀가 뒤로 밀려나면서 목구멍이 더 좁아지기 때문에 옆으로

자면 코골이가 완화되는 사람이 많다”면서도 “사람마다 기도 모양이 옆으로 길거나, 앞뒤로 기는 등 다양해

옆으로 자도 호전이 안 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