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원수끼리 맺어진 사랑◈
세조대왕이
보위(寶位)에 오르고 나서 종실과 백관들을
모아 잔치를 베풀고 축하를 받았다.
?
세조가
거나하게 취해 좌우를 돌아보며 말했다.
?
“과인이 덕으로
나라를 다스려 지금 보위에 올라 경들과 술자리를 같이하며
실컷 즐기니, 어찌 경행(慶幸)이 아니겠는가?”
?백관들이 우러러 아뢰었다.
“전하의 덕은 후세에 법이 될 만하옵니다.”
?
세조가 물었다.
나의 공덕은 어떠하오?”
?
“전하의 공덕은
주공(周公)에 비할 만하니 부끄러워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 신하들이
찬양하자 세조는 크게 기뻐하였다.
?
이때 나이
겨우 10여 세 된 공주(公主) 하나가 세조의
곁에 있다가 쏘아 붙였다.
?
“전하는 잔인하고
각박한 짓을 하였는데 무슨 공덕이 된다고
축하를 받습니까?
?
?제 생각에는
공덕이 아니고 참덕( 德)으로 여겨집니다.”
세조는
파르르 경련을 일으키며 크게
노하여 소리쳤다.
?
“너는 요물이다.
참으로 나라를 망칠 년이니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말라.”
그리고는 공주를 당장 쫓아내버렸다.
?
공주가
기세를 잃고 문 밖을 나갔는데,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
그 뒤에 세조는
후회하고 공주를 다시 불러오려고 하였으나,
어느 곳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세조는 부처를 숭상하고
또 산천에 기도하기를 좋아하여 두세 시자(侍者)를
거느리고 미복(微服) 차림으로 출행하였다.
?
이리저리 가다가
어느 한 곳에 이르렀는데, 바로 인적이
이르지 않는 심산벽지였다.
?
거기에 초가 삼간
한 채가 있었는데, 쑥대로 엮어 만든 사람 밖에서
한 소녀가 절구질을 하고 있었다.
?
'>
쑥대머리에 맨발을 하고
옷은 다 떨어진 누더기를 걸친 모습이 너무도 불쌍해 보였다.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니, 바로 몇 해 전에 쫓아낸 공주였다.
?
세조가
속으로 반기고 또 불쌍해 하며 물었다.
?
?“내 딸이
어찌하여 여기에서 고생을 하는가?”
?
이에 수레를
멈추고 앞으로 가서 손을 잡았다. 공주가 우러러보니
바로 부왕(父王)이었다.
?
역시 반갑고 서러운 마음으로 물었다.
“전하께서 어인 일로 여기를 오셨습니까?”
?
공주는
그간에 겪은 고생한 일들을 자세히 아뢰었다.
세조는 몹시 불쌍해 하며 물었다.
?
“너는
누구와 짝을 지어 살고 있느냐?”
?
“김도령이란
사람과 우연히 서로 만나서 그대로 부부를 맺고 삽니다.”
“김도령은 어디에 갔느냐?”
?
“나무하러
갔으니 저녁때 돌아올 것입니다.”
?
“내가 환궁한 뒤에
너의 부부를 데려갈 것이니, 그리 알고 김도령에게 전하여라.”
“마땅히 분부대로 따르겠습니다.”
??세조는 이내 수레를 돌려 환궁하였다.
김도령이 돌아오자 공주가 그 일을 말하였더니, 김도령은 눈살을
찌푸리며 반겨하지 않았다.
?
“그것은 매우 불가한 일이오.”
그리고 그날 저녁으로 가족을 데리고 다른 데로 옮겨갔는데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
며칠 후에 세조가 교마(轎馬)를 보냈는데,
집이 텅 빈 채 사람이 없었다. 이 사실을 돌아와 보고하자,
세조는 후회하고 깊이 탄식하였다.
?
그 두 사람은
어디에 정착하였는지 알 수 없다.
?
김도령은 절재공(節齋公)
김종서(金宗瑞)의 셋째 아들인데, 계유년 화를 입을 때 망명도주하여
산 속에 숨어 살다가 우연히 공주를 만나 작배(作配)하게 된 것이었다.
?
어찌 기이한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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