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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끼리 맺어진 사랑

발란스건강 2021. 11. 2. 16:40

◈전설=원수끼리 맺어진 사랑

 

세조대왕이

보위(寶位)에 오르고 나서 종실과 백관들을

모아 잔치를 베풀고 축하를 받았다.

?

세조가

거나하게 취해 좌우를 돌아보며 말했다.

?

“과인이 덕으로

나라를 다스려 지금 보위에 올라 경들과 술자리를 같이하며

실컷 즐기니, 어찌 경행(慶幸)이 아니겠는가?”

?백관들이 우러러 아뢰었다.

“전하의 덕은 후세에 법이 될 만하옵니다.”

?

세조가 물었다.

나의 공덕은 어떠하오?”

?

“전하의 공덕은

주공(周公)에 비할 만하니 부끄러워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 신하들이

찬양하자 세조는 크게 기뻐하였다.

?

이때 나이

겨우 10여 세 된 공주(公主) 하나가 세조의

곁에 있다가 쏘아 붙였다.

?

“전하는 잔인하고

각박한 짓을 하였는데 무슨 공덕이 된다고

축하를 받습니까?

?

?제 생각에는

공덕이 아니고 참덕( 德)으로 여겨집니다.”

 

세조는

파르르 경련을 일으키며 크게

노하여 소리쳤다.

?

“너는 요물이다.

참으로 나라를 망칠 년이니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말라.”

그리고는 공주를 당장 쫓아내버렸다.

?

공주가

기세를 잃고 문 밖을 나갔는데,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

그 뒤에 세조는

후회하고 공주를 다시 불러오려고 하였으나,

어느 곳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세조는 부처를 숭상하고

또 산천에 기도하기를 좋아하여 두세 시자(侍者)를

거느리고 미복(微服) 차림으로 출행하였다.

?

이리저리 가다가

어느 한 곳에 이르렀는데, 바로 인적이

이르지 않는 심산벽지였다.

?

거기에 초가 삼간

한 채가 있었는데, 쑥대로 엮어 만든 사람 밖에서

한 소녀가 절구질을 하고 있었다.

?

'>

 

쑥대머리에 맨발을 하고

옷은 다 떨어진 누더기를 걸친 모습이 너무도 불쌍해 보였다.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니, 바로 몇 해 전에 쫓아낸 공주였다.

?

세조가

속으로 반기고 또 불쌍해 하며 물었다.

?

?“내 딸이

어찌하여 여기에서 고생을 하는가?”

?

이에 수레를

멈추고 앞으로 가서 손을 잡았다. 공주가 우러러보니

바로 부왕(父王)이었다.

?

역시 반갑고 서러운 마음으로 물었다.

“전하께서 어인 일로 여기를 오셨습니까?”

?

공주는

그간에 겪은 고생한 일들을 자세히 아뢰었다.

세조는 몹시 불쌍해 하며 물었다.

?

“너는

누구와 짝을 지어 살고 있느냐?”

?

“김도령이란

사람과 우연히 서로 만나서 그대로 부부를 맺고 삽니다.”

“김도령은 어디에 갔느냐?”

?

“나무하러

갔으니 저녁때 돌아올 것입니다.”

?

“내가 환궁한 뒤에

너의 부부를 데려갈 것이니, 그리 알고 김도령에게 전하여라.”

“마땅히 분부대로 따르겠습니다.”

??세조는 이내 수레를 돌려 환궁하였다.

김도령이 돌아오자 공주가 그 일을 말하였더니, 김도령은 눈살을

찌푸리며 반겨하지 않았다.

?

“그것은 매우 불가한 일이오.”

그리고 그날 저녁으로 가족을 데리고 다른 데로 옮겨갔는데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

며칠 후에 세조가 교마(轎馬)를 보냈는데,

집이 텅 빈 채 사람이 없었다. 이 사실을 돌아와 보고하자,

세조는 후회하고 깊이 탄식하였다.

?

그 두 사람은

어디에 정착하였는지 알 수 없다.

?

김도령은 절재공(節齋公)

김종서(金宗瑞)의 셋째 아들인데, 계유년 화를 입을 때 망명도주하여

산 속에 숨어 살다가 우연히 공주를 만나 작배(作配)하게 된 것이었다.

?

어찌 기이한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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