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향기글

[스크랩] 75세 노인이 쓴 산상수훈(山上垂訓)

발란스건강 2017. 7. 18. 11:47



내 굼뜬 발걸음과  

떨리는 손을 이해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그가 하는 말을 알아듣기 위해 

오늘 내 귀가 얼마나 긴장해야 하는 가를 

이해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내 눈이 흐릿하고 

무엇을 물어도 대답이 느리다는 걸 

이해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오늘 내가 물컵을 엎질렀을 때 그것을 

별일 아닌 걸로 여겨 준 자에게 복이 있나니



기분 좋은 얼굴로 찾아와 

잠시나마 잡담을 나눠 준 자에게 복이 있나니

 

나더러 그 얘긴 오늘 만도 두 번이나 하는 것이라고 

핀잔주지 않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내가 사랑받고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해주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내가 찾아갈 기력이 없을 때 

내 집을 방문해 준 의사에게 복이 있나니



사랑으로 내 황혼녘의 인생을 채워 주는 

모든 이에게 복이 있나니

 

내가 아직 살아 있을 수 있도록 

나를 보살펴주는 내 가족들 모두에게 복이 있나니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라


-그랙 맥도널드-


-류시화의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에서




사  진  / 이 우 성 (미국 시에틀의 유리공예품 전시실에서)




출처 : 아름다운황혼열차(黃昏列車)
글쓴이 : 一水去士(이우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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