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굼뜬 발걸음과 떨리는 손을 이해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그가 하는 말을 알아듣기 위해 오늘 내 귀가 얼마나 긴장해야 하는 가를 이해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내 눈이 흐릿하고 무엇을 물어도 대답이 느리다는 걸 이해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오늘 내가 물컵을 엎질렀을 때 그것을 별일 아닌 걸로 여겨 준 자에게 복이 있나니 기분 좋은 얼굴로 찾아와 잠시나마 잡담을 나눠 준 자에게 복이 있나니
나더러 그 얘긴 오늘 만도 두 번이나 하는 것이라고 핀잔주지 않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내가 사랑받고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해주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내가 찾아갈 기력이 없을 때 내 집을 방문해 준 의사에게 복이 있나니 사랑으로 내 황혼녘의 인생을 채워 주는 모든 이에게 복이 있나니
내가 아직 살아 있을 수 있도록 나를 보살펴주는 내 가족들 모두에게 복이 있나니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라 -그랙 맥도널드- -류시화의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에서 사 진 / 이 우 성 (미국 시에틀의 유리공예품 전시실에서) |
출처 : 아름다운황혼열차(黃昏列車)
글쓴이 : 一水去士(이우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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