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도 팔고 거시기도 팔고
젓장수가 젓통 두개를 등에 지고 동네방네를 돌며 목청을 거창하게 뽑자 개울 건너 앞산에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졌다. 스물서너집 되는 작은 산골 동네 나즈막한 초가집 굴뚝엔 집집마다 저녁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마당가 감나무엔 꼭대기에 ㅒ달린 몇 개 남은 까치밥이 넘어가는 마지막 햇살을 잡고 불을 머금은 듯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추수를 해서 집집마다 곳간이 그득할 때라 조 한됫박을 퍼와서 새우젓 한국자를 받아가고 나락 한되를 퍼와서 굴젓 한종지를 받아 갔다. 새우젓 장수 등짐에 젓은 줄었지만 곡식자루는 늘어 더 힘들어졌다. 새우젓장수는 망설여졌다. 개울건너 외딴집하나를 보고 디딤돌을 조심스럽게 밟아 개울을 건너다가 허탕을 치면 어쩌나 싶어 큰 소리로 외쳤다. "새우젓 사려~ 굴젓~ 젓사려~" 개울 건너 멀리 외딴집 사립문이 열리고 안주인이 나와서 손짓을 했다. 장삿꾼이 뭔가 일전만 남아도 십리길을 간다는데 개울 건너 빤히 보이는 곳을 마다할 수야 없지. 조심조심 디딤돌을 딛고 개울을 건너 갈대밭 오솔길을 지나 외딴집 사립문 앞에 다다랐다. "젓 왔시유." 사립문이 얄리더니 안주인 여자가 나와 다짜고짜 앙칼진 목소리로 "여보시오, 말을 좀 똑바로 하고 다니시오. 젓과 좆을 구분하지 못한단 말아오?" "내가 젖사려 좆사려 했지 언제....'아뿔샤.'" 흥분한 나머지 젓장수 입에서 젓과 좆이 헷갈려 버렸다. 과부왈, "거봐요, 들어오시오. 내 그걸 모두 사리다." 젓지게를 장독대 뒤에 숨겨 놓고 젓장수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과부가 된장을 보글보글 끓인 저녁상에 탁배기 호리병도 들고 왔다.탁배기 한 사발을 마신 젓장수는 성급히 호롱불을 끄고 과부 허리릉 안고 옆으로 나둥그려저 운우지정을 나누었다
그리하여 젓장수는
"젓도 팔고 내 거시기도 팔았으니 좋기는 좋구나
으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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